초목지시
시린 바람에 앙상한 가지를 흔들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초목지시(草木知時: 풀과 나무도 때를 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나무는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에서 수분을 빨아들이기 힘든 계절이 다가올 것을 알고, 가지와 잎사귀 사이에 ‘떨켜’라는 세포층을 만들어 수분이 잎으로 가는 통로를 막아버립니다. 잎들이 바싹 마르면 한 잎 한 잎 가지에서 떨궈내지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기 위해 화려한 옷을 과감히 벗고 빈 몸으로 추운 계절을 견디는 나무의 겨울나기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봅니다.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옛 사람의 모습 그대로는 거듭날 수 없습니다.
소리 없이 흘러간 한 해의 끄트머리, 새해의 설렘을 품기에 앞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버리고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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