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망 행복일상/정보

자녀를 현명하게 꾸짖으려면[자녀교육]

꼬망00 2014. 12. 15. 21:07

Q : 아이가 잘못했을 때, 어떻게 잘 꾸짖을 수 있나요?

평소 기분이 좋을 때는 꽤 괜찮은 엄마인 것 같은데요. 아이를 야단쳐야 할 때는 감정적이 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야단칠 수 있을까요?

 

A : 자녀를 키우다 보면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 될 때가 있지요? 거짓말을 하거나 동생이나 친구를 때리거나, 남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욕을 하거나 등등. 상황에 따라 눈을 감아 주는 게 적절할 때도 있지만 작정하고 따끔하게 꾸짖고 야단을 쳐야 될 때 즉 '엄격한 사랑'이 필요할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좀더 현명하게 자녀에게 도움이 되도록 야단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무엇보다 부모인 우리의 마음, 화나고 실망스럽고 좌절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보는 게 중요합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게 되면 객관적이고 적절한 수위로 야단치기가 쉽지 않아요. 심호흡을 하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숫자를 세던 '꾸짖기'라는 행동으로 돌입하기 전 먼저 상한 부모의 마음을 보살피고 가라앉혀야 화풀이가 아닌 꾸중을 진정 아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 행동을 한 이유와 정황을 충분히 들어보세요. 아무리 변명처럼 생각되더라도 아이가 그 행동을 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동생이 너무 약 올려서 홧김에 주먹이 나갔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 덩달아 욕을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행동은 옳지 않더라도 그 행동을 하게 한 아이의 욕구와 감정은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꾸중을 할 차례입니다. 이 때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이 있어요.

첫째, 꾸중의 초점을 구체적 '행동(거짓말, 욕설 등)'에 두고 아이의 인격이나 개성을 평가/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꾸중은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넌 왜 그것 밖에 안되냐?" "성적을 이따위로 받아 놓고 뻔뻔스럽게 얼굴 들고 다니냐?"와 같이 인신공격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꾸중, 또는 "넌 말투가 왜 그러니?"와 같이 성격, 외모, 말투, 취미 등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나무라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자존감만 떨어뜨리게 됩니다.

 

둘째, 꾸중도 아이의 기질에 맞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가령 여리고 섬세한 아이는 무섭게 야단치기보다는 부드럽게 타이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잘못을 당장 인정하지 않는다 해서 어른의 권위로 꺾으려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기질적으로 센 아이들은 특히 평소 신뢰와 애착관계를 잘 쌓아서 꾸중에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른의 권위가 느껴지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셋째, 철저하게 지금-여기의 행동을 지적하도록 합니다. 꾸중하다 보면 과거 잘못된 행동을 싸잡아서 혼내거나 앞으로도 계속 그러다가 인생을 망칠 거라는 식의 저주(?)로 끝내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과일반화는 현재 잘못된 행동을 고치고자 한 본래의 의도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삶 전체가 비난 받은 듯한 느낌을 받은 아이는 당연히 분노하고 저항하게 됩니다.

 

넷째, 꾸중의 표현은 한 번에 한 가지(one point), 간결하고, 단호하며 대안 제시를 포함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너는 얘가 왜 그러니? 시키는 일도 안하고, 못된 짓만 골라서 하고,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잖아"와 같은 꾸중은 말만 길지, 무엇을 어떻게 고치라는 건지 불명확합니다. 반면, "동생 때리지마! 동생에게 원하는 것을 이러이러하게 말로 해 봐"와 같이 구체적이고 대안을 포함한 꾸중이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꾸중한 다음에는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한 후, 바람직한 행동이 시작되면 반드시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효과적으로 꾸중하는 몇 가지 tip을 말씀 드렸는데요, 이런 방법적 지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혼내고 야단치는 행위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혼나고 야단 맞았다"라는 표현은 그 대상에게 우리 자신을 꾸중할 수 있는, 즉 가르칠 수 있는 '권위'를 부여해 줄 때 쓰지 않나요? 즉 부모로서 진정한 꾸중은 자녀에게 그 '권위'를 부여 받아야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꾸중을 통해 자녀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본질적 가치들(존중, 배려, 책임감, 성실성, 용기 등)을 삶에서 살아냄으로써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고 이를 자녀에게 인정받는 게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모노릇은 참으로 어려운 삶의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좌절하는 순간에도 자녀를 꾸짖을 때와 마찬가지의 존중과 적절함, 그리고 믿음으로 나를 격려하면서 용기 내어 조금씩 나아가기로 해요. 부모이기에 우리는 그 자체로 너무나 중요한 존재입니다.

 

칼럼니스트 : 문수정 박사(삼성생활문화센터 상담실)